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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게임이 무엇인지 잘 알것입니다. 누군가 1을 가지면 누군가는 1을 뺏기게되고 둘의 총합은 제로(0)가 되는 룰입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종교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입시철이 되면 모든 부모가 절에 가서 혹은 교회에 가서 그들의 자식들이 시험을 잘 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기원합니다.
누구는 기도하고 누구는 하지 않을 때 기도하는 쪽이 성적이 잘 나온다고 가정해봅시다. 또 모두가 같은 기도를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더 긴 시간을 하거나 기부금을 더 내거나 정성껏 하는 쪽이 성적이 더 잘나온다고 역시 가정해봅시다.
모두가 열심히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1등은 한 자리라는 건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어린 마음에 당시 제가 인식한 입시 기도는 심리적 제로섬 게임이었습니다.
사업에서도 그 결과가 재투자 되어 추가의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점점 커지는 것이 있는 반면 그 결과의 총합이 제로가 되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인 사업도 있습니다.
외식업은 대표적인 제로섬게임형 사업입니다.
사무실 주변에 식당이 10개쯤 되고 장사 잘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새로이 3개가 생겼을 때 기존 식당고객들이 새로운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존의 식당은 새로 생긴 식당으로 인해 그 고객수 만큼 매출은 줄어들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가장 고객을 많이 뺏긴 곳 부터 폐업을 하고 그 자리에 누군가가 다시 식당을 개업합니다. 이때는 그전에 생겼던 3개 식당의 고객의 일부가 새로운 식당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게됩니다.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앞의 식당 3군데도 고객이 계속 줄다가 결국 폐업합니다.
물론 모든 식당이 오픈 후 차례대로 망하지는 않습니다.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로 그 중에는 이런 패턴을 깨고 대박 맛집으로 변신해서 손님이 계속 넘쳐나고 오래 살아남는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사람들의 입맛은 변하고 마련이고 또 새로운 메뉴의 식당이 들어서면 사람들은 그 맛을 찾아서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식당은 인테리어도 멋지고 환경이 쾌적합니다. 망해가는 옆집이 자고 나니 새로운 식당이 되어 있고 그 다음달은 그 옆에 또 새로운 식당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렇게 식당이 아무리 많이 생기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나오더라도 이를 먹어줄 고객의 숫자는 변동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오픈 후 어떤 식당이라도 매출이 서서히 증가한다든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더더욱 우려할 점은 변동없을 것 같던 고객 마저도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고 줄고 있으며 비율상 노인인구가 늘어갑니다. 노인은 다른 세대에 비해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소비성향도 줄게 됩니다.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외식업은 제로섬보다 더 가혹한 마이너스섬 게임인 것입니다.
해결책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잘해서 대박맛집으로 만들든가 주변 식당이 나보다 먼저 망해나가게 해서 그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희망 사항일 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식당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아무나 돈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습니다. 즉 설사 옆집 가게를 망하게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훨씬 맛있고 쾌적한 환경의 새로운 식당이 경쟁자가 되어 상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당도 아닌 곳이 식당행세를 하며 당신 고객을 뺏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 도시락입니다. 적당한 품질, 저렴한 가격,1분 40초 만에 만들어지는 간편식은 이런 수준의 간단한 끼니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그 숫자만큼 식당의 고객수는 또 줄게 됩니다.
인구구성비와 사회적인 트렌드의 변화는 당신의 강제폐업 일자를 빠르게 앞당겨 줄 것입니다.
이렇게 다음 달 망할 차례는 당신일 가능성이 99%로 올라가게 됩니다.